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20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2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연초 대비 72%까지 오른 것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비트코인은 최근 실버게이트은행(SVB) 청산과 미국의 ‘빅스텝’ 공포 등이 ‘겹악재’로 작용하면서 급락했던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SVB 고객 예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후 가격이 빠르게 상승세를 탔다.
‘탈중앙화’ 철학을 기반으로 기존 전통 금융과 대비됐던 코인이 붕괴한 제도권 은행의 피난처로 부상하면서 매수세가 유입된 덕이다.
이에 지난 14일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13% 급등하며 2만4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주에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암호화폐 대부분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SVB 파산으로 미국 중소 은행이 뱅크런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 은행으로 예금(달러)이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가 비트코인으로 전환된 것이 가격 상승의 ‘트리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2위 트레디트스위스(CS)를 32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랠리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1~ 22일(현지시간)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리고 있다.
연준이 올 들어 시작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행보를 변경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경우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게다가 연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동시에 디지털 자산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단기 상승 동력은 약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66점을 기록하며 ‘탐욕적인(Greed)’ 수준을 나타냈다. 전날(63·탐욕적인)보다 오른 수치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