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측이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한 법적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는 이런 불법적 결정이 앞서 2건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항소법원에선 유지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한 것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로디치 변호사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승인 결정과 관련해 두 차례 항소해 모두 무효 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로디치 변호사는 “법원이 사실관계의 정확성을 검증하지 않았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항소 과정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 측의 이 같은 결정은 한국과 미국의 형량 차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최대 40년인 데 비해 미국은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권씨가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에 비해 금융 범죄에 엄격한 미국의 특성상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루나·테라 코인 공식 피해자’ 인터넷 카페에서는 권씨의 미국 송환을 환영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당 카페에는 “권씨가 종신형으로 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권씨의 모든 범죄 행위가 인정되야 한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 사정에 밝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몬테네그로) 정부의 의향은 미국에 대한 신병 인도를 승인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권씨는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범으로 지목돼 그간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행각을 벌여왔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말 출국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던 권씨는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권씨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권씨와 함께 검거된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초 한국으로 인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