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의 법적 지위와 소관 부처, 정책 방향, 피해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급한 정책과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국내에선 어느 부처가 가상화폐의 주무부처 역할을 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간 ‘핑퐁게임’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암호화폐의 주무부처 역할을 금융위가 맡아야 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만 봐도 금융위 측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개입 여부를 고민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금융위 등 관계부처의 기존 인식은 가상자산을 화폐, 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최근 국내 핀테크 현황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자산을 포함시킨 바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행도 가상자산에 대해 “화폐, 전자지급수단, 금융투자상품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유형적인 실체 없이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독립적인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디지털 형태의 상품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도 비트코인과 관련해 “경제적인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화폐의 일종”이라며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인 비트코인도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 설계는 △혁신산업의 하나로 장려·발전시키고자 하는 진흥에 초점을 둘 것인지 △과도한 투기와 피해자 보호를 막기 위한 규제에 방점을 둘 것인지 △양자를 적절히 혼재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규제보호·대상 및 그 내용을 명확히 시장에 제시하기 위해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가 아닌 부처 간 조율의 체계화를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의 구축 또는 주무부처의 지정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했다.
또 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규제를 입법화 할 경우 새로운 단일법을 통해 별도로 규제하는 방안과 기존의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하는 방안이 있다”며 “어떠한 방법으로 규제를 입법화하든 현행 법률과의 충돌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입법조사처는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이 충실히 담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