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보이저 디지털’이 모든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지 일주일만에 파산을 신청했다.
로이터통신, 미국 CNBC 방송 등은 5일(현지시간) 보이저 디지털이 뉴욕에서 챕터11 파산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챕터11은 파산법원의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국내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원에 제출한 11장에 달하는 파산신청서에서 보이저 디지털은 현재 10만여명의 채권자와 1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수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부채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일 보이저는 성명을 통해 입출금 등 모든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보이저가 가상화폐 전문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스 캐피털(3AC)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3AC는 최근 6억7000만 달러(약 8600억) 상당의 암호화폐 대출금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보이저는 FTX 계열사로부터 긴급 구제금융도 받았으나 파산을 피하진 못했다.
당시 스티브 에를리히 보이저 디지털 CEO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암호화폐의 미래를 굳게 믿고 있지만 시장의 변동성과 3AC의 디폴트로 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 위기를 극복해 더 강한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금 압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로터통신은 “3AC가 디폴트를 선언하자 3AC에 대출금이 있었던 보이저도 자금 압박을 받아 모든 거래를 일시 중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파산을 신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이저디지털은 2019년 2월에 캐나다 토론토 벤처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난해 4분기에만 신규예금이 10억달러에 달하는 등 급속도로 성장해왔으나 이번에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후폭풍에 무너지게 됐다.
한편, 국내산 코인 테라·루나 사태가 암호화폐 업계 전반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현재 인출중단 및 파산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곳 만해도 셀시우스(Celsius), 바벨파이낸스(Babel Finance), 블록파이(BlockFi), 3AC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라 사태가 암호화폐 전반에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