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자 피터 틸이 후원하는 싱가포르 암호화폐 대출업체 볼드가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볼드가 이날 인출사태(뱅크런)를 막기 위해 인출을 잠정 중단하고, 플랫폼내 암호화폐 거래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볼드는 회사 블로그에 성명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달 12일 이후 1억9770만 달러(2561억 원) 규모의 인출이 발생했다”며 “가상화폐 인출과 거래, 예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볼드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볼드는 “인력 감축 등 구조 조정과 함께 싱가포르 법원에 모라토리엄을 신청할 방침”이라며 “긴급 자금 수혈을 위해 잠재적인 투자자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변동성 높은 시장 여건, 핵심 사업 파트너들의 재정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
볼드는 한때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한 발라벤처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에서 유망 업체로 주목을 받았다.
한때 볼드는 자사에 암호화폐를 맡긴 고객들에게 그동안 연 최대 40%에 이르는 수익을 안겨다주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코인 가격 폭락으로 인한 충격파가 업계에 번지면서 볼드 역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볼드가 가상화폐 시장 궤멸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동원했다”고 진단했다.
볼드의 이날 인출중단 선언은 이른바 ‘암호화폐 겨울’이 도미노처럼 업체들을 쓰러뜨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볼드의 모라토리엄 예고에 앞서 여러 업체가 파산과 코인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와 셀시우스가 인출 중단을 선언했고, 암호화폐 업계 최대 기관투자가 가운데 한 곳인 헤지펀드 스리애로스캐피털(3AC)은 최근 파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 붕괴로 시작된 가상화폐 가격 급락이 업계에 유동성 위기의 연쇄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