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각국 정부와 은행의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더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바젤위원회)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최고 위험 자산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은행들에 자기자본을 추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바젤위원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10개국 중앙은행과 은행 감독당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바젤위원회는 가상화폐에 1250%의 위험 가중치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즉, 은행이 가상화폐를 보유하려면 가상화폐 가치의 1250%에 달하는 기타 안전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바젤위원회는 “가상화폐가 돈세탁, 테러 단체 지원 등에 악용될 우려가 크고, 금융을 불안정하게 해 은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각국 은행이 가상화폐 손실의 100%를 상쇄할 수 있는 규모의 자금 적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초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은행의 노출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암호화 자산 및 관련 서비스의 성장은 금융 안정성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은행이 직면하게 될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바젤위원회는 순수 가상자산 이외 주식, 채권, 상품 등 전통적인 자산을 토큰(tokens)화한 자산에 대해선 전통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와 법정화폐와 연계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다.
이번 조치로 각국 은행의 가상화폐 관련 투자나 상품 운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상화폐가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손실을 모두 상쇄할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은행의 부담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FT는 “바젤위원회의 이번 제안이 국제 규제당국이 디지털 자산의 급속한 출현과 투자자들의 관심 급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미국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 감독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면서 “암호화폐 시장 규제를 강화하려는 각국 정부가 바젤위의 제안을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국제통화기금(IMF)도 가상화폐가 중대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조치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것은 매우 신중한 분석이 필요한 문제”라며 “많은 거시경제적, 재정적,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엘살바도르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가상화폐는 매우 중대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고, 이를 다룰 때는 효율적인 규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