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를 발급한 국내 은행들이 이용 수수료로 지난 한 해 동안 403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15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가상화폐 거래소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에 지난해 지급한 계좌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총 403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거래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업비트였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에 실명계좌 수수료로 292억4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케이뱅크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1980억원)의 14%가량을 차지하는 액수이자, 지난해 당기순이익(225억원)보다도 많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작년 가상자산 시장이 본격적인 호황기를 맞으면서 2021년 한 해 동안 수신 잔액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예수금은 7조5722억원 늘었고, 이 중 법인 예수금 증가액 5조5619억원에 달한다. 늘어난 수신 잔액의 절반 이상이 업비트로 유입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지난해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각각 76억원, 26억4800만원의 수수료를 거둬들였다.
빗썸과 코인원 역시 2020년에 낸 수수료(각각 18억3500만원, 4억3000만원)의 4∼6배를 NH농협은행에 냈다.
코빗은 지난해 신한은행에 전년(1억1900만원)보다 약 8배 많은 금액인 8억4700만원을 지급했다.
이처럼 은행의 수수료가 급증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지난해 한때 8000만원까지 올라 신고점을 경신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은행의 고객 확보를 넘어 주요 수입원으로 역할하고 있다”며 “새 정부는 실명계좌 발급 은행 확대, 거래소의 복수 은행 제휴, 법인계좌 발급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