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자체 심사를 거쳐, 일부 법인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는 가상계좌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법인들은 신한은행 제휴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법인들의 가상화폐 투자 길에 숨통이 틔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동안 주요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고객확인 절차를 시행하면서 법인 대상 거래를 제한해왔으며, 고객확인 및 제휴사 은행 실명확인입출금계좌(실명계좌) 등록을 완료해야 원화마켓 거래가 가능토록 했다.
그런데 그동안 실명계좌 발급이 법인회원 대상으로 제한돼 왔다.
다만, 특금법에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법인회원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법인 대상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배경에는 자금세탁 관련 잠재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거래소 제휴 은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법인 고객 관련 정의가 불분명한 상황인 데다가, 해당 법인이 특정인의 요구로 가상화폐를 대리 구매하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즉, 추후 문제로 불거질 요소가 많아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본다는 것.
이를 두고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통해 자금세탁 위험이 없는 일부 법인을 대상으로 가상계좌 발급을 해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앞서 신한은행이 전략적 투자를 한 바 있는 ‘KDAC(한국디지털자산수탁)’ 고객사한테만 한정적으로 제공한 것 만은 아니며, 내부적으로 심사를 거쳐 승인된 곳들을 대상으로 발급해 준 거라고 한다.
이 같은 신한은행의 행보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기관들의 수요 증가 추이 및 이를 대비하기 위한 시장 ‘선점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상화폐 수탁사인 카르도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기관 사용자는 2019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1년 새 67% 증가했다.
현재 코인베이스는 헤지펀드, 파이낸셜 등 7000명 이상의 글로벌 기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가상화폐 수탁 경쟁사에 참여하고 있는 은행들도 법인 고객 모시기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공식 가상화폐 사업자인 커스터디사는 KDAC을 제외 KB국민은행이 참여한 ‘KODA(한국디지털에셋)’과 NH농협은행이 참여한 ‘카르도’ 등이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커스터디사 주주로 참여한 기업은 KDAC이 유일하지만, NH농협은행 역시 빗썸, 코인원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