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빅4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트래블룰 솔루션’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비트의 자회사 ‘람다256’과 빗썸·코빗·코인원의 합작사 ‘코드’가 각자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래블룰(travel rule)’은 ‘자금이동규칙’을 말하는 것으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거래를 하는 사람의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다. 트래블룰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도입되면, 거래소 간 코인을 주고받을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정보(이름, 국적, 가상화폐 취득원가 등)를 공유하게 된다. ‘특정 금융거래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내년 3월 24일까지 트래블룰을 구축해야 한다.
원래 업비트도 코드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중간에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람다’와 ‘코드’가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의 가장 큰 차이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의 여부다.
람다가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P2P(개인간거래) 송수신 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다. 코인을 보내는 사람이 송수신 자의 정보를 입력한 후 송금하면 거래소는 해당 정보를 받는 사람의 거래소에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개인정보를 블록체인 공간에 저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적지만, 송신자가 송수신자의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반면, 코드가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은 ‘R3 코다(Corda)’라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해킹으로 인한 정보 변조 위험을 막기 위함이다. 거래소 간 코인을 이동시킬 때, 지금과 똑같이 지갑 주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해당 거래의 송수신 정보가 교환되는 거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는 블록체인 내 저장되기 때문에 중개자 없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으며, 수수료 등 비용도 절감되고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진다.
이와 관련해, 두나무는 자체 트래블룰 솔루션 기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며 빗썸·코인원·코빗 합작사 ‘코드(CODE)’의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에 대한 지적을 가했다.
14일 두나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2ndblock)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형년 부사장은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트래블룰 솔루션은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타사의 솔루션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트래블룰 솔루션에 적절할 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두나무도 이같은 트래블룰 솔루션 개발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블록체인 기술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8일 코드(CODE)의 트래블룰 솔루션 간담회에서 차명훈 대표는 코드의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솔루션은 업비트의 솔루션보다 이용자 편의성 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드와 람다의 트래블룰 시스템 연동 가능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 대표는 이에 대해 “초기부터 연결성과 확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왔다”며, “타 솔루션 프로그램과의 연동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