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암호화폐 업계가 규제하기엔 너무 거대해지면서, 포스트모던 피라미드 사기가 됐다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크루그먼은 12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암호화폐 관련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크루그먼은 암호화폐에 대해 “가상자산 산업은 실체보다는 유명인사와 전문용어로 떡칠한 마케팅으로 규모를 키워왔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어 “내가 보기에 가상화폐 산업은 포스트모던 피라미드 사기로 진화했다”며 “기술 전문용어와 자유주의식 조어를 조합해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뭔가 훌륭해보이는 환상을 샀고, 이를 통해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했다”며 “한동안 위기 요소는 곱절씩 커져갔지만, 크립토(Crypto·가상화폐)는 실질적으로 너무 커져버려서 규제하기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설명에 대한 예시로 크루그먼은 미국의 모바일 결제·송금 서비스 벤모(Venmo)를 언급했다. 벤모 앱에선 홈(Home), 카드(Cards) 메뉴 다음에 크립토 메뉴가 배치된다.
크루그먼은 “가상화폐는 벤모에 틀림없이 중요한 비즈니스다”라며 “당연히 금전적 보상이 관련됐을 것이다. 사람들이 벤모에서 크립토를 매매할 때 플랫폼이 버는 돈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순수한 선의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온라인 블록체인 교육 과정 역시 수강료가 3500만 달러 상당”이라며 “암호화폐 업계가 최첨단이고 존경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마케팅을 통해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비꽜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 침체는 규제가 효과적으로 정치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암호화폐가 카지노에 그치지 않도록, 또한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되기 전에 중앙은행 및 기관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과거에도 가상자산 산업에 회의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13년 칼럼에서 “비트코인은 사악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에는 ‘크립토는 어떻게 새로운 서브프라임이 되었는가’라는 칼럼으로 가상화폐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