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1월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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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써버린 A씨, 대법원 무죄판결 받아

타인이 자신의 가상지갑에 잘못 이체한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고 사적으로 썼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처음 나왔다.

배임죄를 물으려면 ‘신임관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원래 주인과 남의 비트코인을 사용한 사람 사이에는 이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상화폐를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 16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수원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정을 갖고 있던 A씨는 2018년 6월 그리스 국적의 B씨가 실수로 자신의 계정에 입금한 199.999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검찰은 14억8723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불법 취득한 혐의(배임·횡령)로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착오로 입금된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했다고 봤다.

1심은 A씨의 배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해 자신의 다른 계좌로 이체하여 불법이득 의사를 실현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원인되는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해 송금 또는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착오나 시스템 오류로 다른 사람의 가상화폐 등이 이체됐다면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가상화폐를 법정화폐처럼 형법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A씨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는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한 첫 판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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