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가상화폐 채굴자들의 그래픽카드 수요 정보를 투자자들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미 증권 당국에 벌금을 내게 됐다.
6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가상화폐 채굴이 자사 GPU 판매에 미친 영향을 적절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550만달러(약 69억8000만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CNBC는 “SEC는 엔비디아가 2018년 2분기와 3분기에 가상화폐 채굴이 어떻게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며 “당시 게임 부문 매출 증가율을 견인한 것이 가상화폐 채굴이었다는 점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EC에 따르면 2018년 엔비디아의 GPU 판매량은 가상화폐 채굴 수요 때문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GPU는 당초 컴퓨터 게임을 위해 설계된 칩이다. 이는 동시에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가상화폐 채굴에도 많이 쓰인다.
이전까지는 가상화폐가 GPU 판매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GPU 수요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GPU 사업을 관장하는 엔비디아의 게이밍 매출은 2018년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52%, 3분기에는 25% 증가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러한 성장의 배경이 가상화폐의 영향이라는 것을 두 분기 동안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SEC는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미래 재무 실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박탈당했다”며 “엔비디아의 정보 공개 실패는 주요 시장에서 기업의 사업을 평가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핵심 정보를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혐의와 관련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벌금을 내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그래픽카드는 이더리움 채굴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와 가상화폐 채굴에 특화된 GPU를 별도로 설계해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