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엘살바도르의 국민 절반 가량이 이 같은 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프란시스코 가비디아대학 소속 여론조사기관 디스럽티바(Disruptiva)는 엘살바도르 국민 1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54%는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 결정에 ‘전혀 옳지 않다(not at all correct)’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24%는 ‘약간 옳은 결정(only a little correct)’이라고 답했고, 비트코인 법정화폐 승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46%가 비트코인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고, 65%는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향후 비트코인의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의견이 많아다.
엘살바도르 상공회의소 설문조사(경제인·시민 1600여명 대상)에 따르면,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이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기업인 절반(47.8%)은 ‘투자나 일자리 창출, 경제 개선 그 어떤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달라질 것 없다’가 16.6%, ‘자국 내 투자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는 겨우 10.9%에 불과했다.
시민들도 대부분 ‘비트코인으로 송금받고 싶지 않다'(82.5%),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받고 싶지 않다'(93.2%) 등 거부감을 보였다.
국민조차 비트코인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데다 경제 활동이 아직도 현금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카르멘 상공회의소 부회장도 “공공정책 개발에 참가자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 변동성 리스크보다 기대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서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으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엘살바도르처럼 비트코인을 사용할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이 2022년이나 2023년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화 강세로 신흥 시장에 풀렸던 돈이 미국으로 옮겨 갈 수 있다”며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