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물가 상승의 파고를 피해야 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암호화폐는 금이 아니라 구리의 대안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쿠리 원자재 리서치 본부장은 1일(현지시간) CNBC방송의 ‘스쿼크박스 유럽’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하려는 수단을 찾을 때 암호화폐가 금을 대체할 것이라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막대한 돈을 퍼부으면서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과 암호화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같은 위상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암호화폐는 이른바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금을 대체하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쿠리 본부장은 “거래역사 10년의 비트코인은 확실히 위험 자산”이라며 “비트코인과 구리는 위험한 인플레이션 헤지이고 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플레 헤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구리, 석유 등이 모두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측면에서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구리, 석유가 모두 이같은 좋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에는 수요가 촉발하는 좋은 인플레이션과 공급 감소로 촉발되는 나쁜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이 있다”며 “지금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 발생하는 좋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이 헤지하는 것은 나쁜 인플레션”이라며 “이 경우 반도체와 원자재 같은 공급이 제약을 받는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이 잠재적 경기하락에서 재산을 지키고 싶다면 여전히 원자재가 최선의 인플레 헤지라고 평가하고 했다.
보고서는 “원자재가 기대성장에 의존하지 않고 현재의 공급 수준과 상대적 수요 수준에 따르는 현물 자산”이라며 “결과적으로 원자재는 예상하지 못한 단기적 인플레를 헤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됐던 암호화폐는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올 들어 25% 넘게 올랐지만 지난 3개월만 보면 25% 이상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