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3200억원에 달하는 보석금을 자기 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풀려났다.
풀려난 뒤 뱅크먼-프리드는 비즈니스석 항공기를 이용해 부모님의 집으로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1일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지난 22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뱅크먼-프리드의 석방을 허가했다.
보석을 허가받은 뱅크먼-프리드는 비즈니스석 항공기를 타고 부모의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로 향했다.
재판부는 뱅크먼-프리드에게 보석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억5000만달러(약 3207억5000만원)를 부과했다.
하지만 뱅크먼-프리드는 막대한 보석금 가운데 자기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석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보석금은 피고인의 중범죄 혐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에서 책정된다. 따라서 명시된 금액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자산이 담보로서 뒷받침될 경우에도 보석이 허용된다.
뱅크먼-프리드의 경우에는 부모님네 집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보석을 집행했다. 그의 부모는 뱅크먼-프리드가 석방 조건을 어길 경우 보석금을 납부하겠다는 보증을 섰다.
추가로 내년 1월 5일까지 뱅크먼-프리드는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2명의 보증인을 더 세워야 한다.
NYT는 “보석금은 본질적으로 피고인이 법정에 출두하겠다는 약속에 해당하고 뱅크먼-프리드가 이 보석금을 내도록 강요되지는 않는다”며 “만약 뱅크먼-프리드가 앞으로 법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그의 부모 집이 압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석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뱅크먼 프리드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금을 빼돌리는 등 FTX 가상화폐 사기의 핵심 인물로 규정된 만큼,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석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NYT는 “세간의 이목을 끈 피고인이 돈을 내지 않고 석방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보석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 머피&맥거니글 대표 제임스 머피도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기고한 글에서 “뱅크먼-프리드가 보석금을 지불하겠다는 종이에 서명하고 자유인이 되는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코인 사기를 당한 수백만 명 FTX 고객들은 이 상황에 웃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뱅크먼-프리드는 부모 집에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보석 기간 동안에는 전자 감시 팔찌를 착용해야 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집행을 통해 강제로 법정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