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9일 더블록 등 외신에 따르면 FTX 측은 샘 뱅크먼의 부모인 조셉 뱅크먼과 바바라 프리드를 고소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사기성으로 이체되고 유용된 자금에서 수백만 달러를 되찿기 위한 조치이다.
이번 소송은 FTX와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채무자들이 사기 양도, 신탁의무 위반과 기타 위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서류를 통해 FTX는 샘 뱅크먼의 부모가 접근성과 영향력을 이용해 FTX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고의로 파산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채무자와 채권자를 희생시킬 목적으로 파산법 11조(챕터11)를 적용했다고도 지적했다.
파산법 11조는 파산법원 감독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기업이 다시 정상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제도로, 우리나라 법정관리와 유사한 제도이다.
당초 규제 당국은 지난 2022년 11월 FTX의 파산에 파산법 15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미국 내 자산을 보유한 외국기업이 자국에서 결정된 법 절차를 미국에서도 인정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뱅크먼이 2019년 창업한 FTX는 한때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와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혔던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였다.
하지만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의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제기된 뒤 고객이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를 겪으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그러자 FTX는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바이낸스는 FTX 인수를 검토했었으나 하루 만에 철회했다.
결국 FTX는 94억 달러(12조4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하자 파산을 신청했다.
이후 지난 2001년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에너지 기업 엔론을 관리·감독한 것으로 유명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가 투입되면서 FTX의 민낯이 공개돼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FTX가 법원에 신고한 부채 규모는 66조 원을 넘고, 채권자는 10만 명을 웃돌았다.
뱅크먼은 FTX 파산 과정에서 해외로 도주했다가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