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경영진이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 천문학적인 정치후원금을 뿌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선거 기부금 흐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를 인용한 보도를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FTX 임원들은 최근 18개월 동안 각종 선거에 총 7210만달러(약 968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 후원금이 7300만달러인 점을 생각했을 때 FTX의 정치자금 후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FTX 덕분에 가상화폐 산업은 방위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기부한 ‘큰 손’이 된 셈이다.
FTX의 전체 정치 후원금 중 절반 이상인 55.3%는 뱅크먼-프리드가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뱅크먼-프리드는 이달초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과 무제한으로 정치헌금을 할 수 있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4000만달러(약 537억원)를 주로 민주당이나 진보성향 단체에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미 상원 농업위원회 소속인 데비 스테이브나우(민주·미시간)과 존 부즈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에게 각각 8500달러(약 1140만원)를 기부했다.
이들 의원들은 지난 여름 미국 정부의 규제가 FTX에 유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다른 FTX 임원인 라이언 살라미는 주로 공화당과 보수단체에 2300만달러(약 31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뱅크먼-프리드는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다음으로 민주당에 가장 많이 기부했으며, 살라미는 공화당 후원자 중 11위에 올랐다.
WSJ은 “FTX 경영진은 무명 시절에서 벗어난지 18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미 정치권에서 가장 큰 기부자가 됐다”며 “FTX 덕분에 암호화폐 업계는 방위산업과 자동차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FTX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했던 ‘우리 미래를 지켜라’라는 단체에 2700만달러, FTX에 유리한 법을 발의한 상원 농업위원회 위원장과 공화당 간사 등에게 개인 후원금 최고 한도인 5800달러를 각각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