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가상화폐)의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익명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익명 가상자산 지갑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규정 강화 법안을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전날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신규 EU 당국 설치, 고액 현금 거래 한도 1만 유로(약 1358만원)로 제한 등과 함께 이 같은 제안을 담은 방안을 내놨다.
해당 법안 패키지는 크게 4개로 구성됐다.
우선 송금을 처리하는 업체들이 송금인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계좌번호는 물론 수취인의 이름도 수집하도록 규정했다.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에 대해 사법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각종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관련 자산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EU 산하에 가상자산을 둘러싼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 자금조달 여부를 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도록 했다.
1만 유로(약 1360만 원) 현금 거래 시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규제를 가상자산 거래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EU 집행위는 현재는 특정 범주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만 EU AML·CFT 규정 범위 내에 있으나, 개정안이 발효되면 전체 가상 부문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즉, 모든 서비스 제공업체가 고객 확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게 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이번 개정안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전송의 완전한 이력 추적 능력을 보장하고,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을 위한 사용 가능성을 예방 및 적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는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등 범죄 악용의 단속은 유럽의 재정적 안정과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개별 회원국의 입법 격차는 EU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제안된 법안은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여러 위협에 대처하고 국제 표준을 준수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EU 가상자산 산업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AML·CFT 규정에 따라 익명 은행 계좌가 이미 금지된 것처럼 익명 가상 자산 지갑은 금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C는 2024년 새로운 가상자산 감독기구가 출범될 수 있도록 그 이전에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