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디지털 유로화를 사용하도록 하는 첫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지역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및 각 회원국 중앙은행이 발행하게 될 디지털 유로화의 법적 규제 사항을 담은 입법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유로존 단일 통화인 유로화의 디지털 버전을 만들기 위한 법적 기반이 되는 내용이 담겼다.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유로화를 ‘현금이나 신용카드처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수단’으로 정의했다.
이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물건을 사고팔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격으로, 도입되면 또 다른 ‘법정 통화’로 취급된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극도로 심한 일반 암호자산과 달리 기존 유로화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전자 현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디지털 유로화는 유로지역 거주 개인과 방문객이 디지털 지갑에 넣어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우체국이나 일반 공공기관에서 디지털 유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번 입법 법안이 최종적으로 법이 되려면 EU의 27개 회원국과 유럽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디지털 유로화의 최종 도입은 유럽중앙은행에 달렸다. 유럽중앙은행은 오는 10월에 디지털 유로화 사용 관련 공식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오는 10월 말까지 디지털 유로화 발행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며 “디지털 유로화의 광범위한 채택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한다는 것이지, 도입 여부가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디지털 유로화 역시 유로화 가치 보전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화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디지털 유로화가 이르면 2027년 이후부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움직임은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유통하고 있다. 중국도 2020년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