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가 가상화폐 가격 폭락 등의 여파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최근 가상화폐 가격의 폭락으로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투자 금액의 약 60%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엘살바도르는 가상화폐 투자자들로부터 신규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도 실패하면서 국가 재정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와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한 보조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엘살바도르 정부의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면서 “외채 상환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엘살바도르 정부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내년 1월 8억달러(약 1조458억원)를 시작으로 연이어 돌아오는 외채를 상환할 자금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중적인 인기에 집착해온 부켈레 대통령이 무리한 비트코인 도입의 결과로 국민의 분노를 야기할 대규모 공공재정 지출 축소와 디폴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열렬한 비트코인 지지자로 잘 알려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전체 투자 예산의 15%를 비트코인 활성화에 투자했다.
또 비트코인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내려받는 국민에게 국민들의 평균 연간 수입의 거의 1%에 해당하는 30달러(약 3만9000원)를 뿌렸다.
하지만 치보의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들어서는 앱을 새로 내려받은 국민도 거의 없었고, 비트코인 사용량도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엘살바도르 상공회의소가 3월 내놓은 조사 결과에서도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된 지난해 9월 이후 비트코인을 거래한 기업이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관련 신규 등록 기업도 48개에 그쳤다.
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 정부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표시 국채 발행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이 조차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금융환경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무기한 연기됐다.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추가 매수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여전히 비트코인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엘살바도르는 오늘 비트코인 80개를 1만9000달러(약 2485만원)에 샀다”며 “비트코인이 미래다. 저렴하게 팔아줘서 고맙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매입 전까지 부켈레 정부는 9차례에 걸쳐 비트코인 2301개를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