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이유다.
ECB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에 ‘비트코인의 최후의 승부(Bitcoin’s last stand)’라는 제목의 글을 울리히 빈트자일 시장구조·결제 국장 등의 이름으로 업로드했다.
이 글에서 ECB는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 및 금융 시스템 극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비트코인의 개념과 기술적 결함으로 결제 수단으로는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투자로 적합치 않고, 현금 흐름(부동산)이나 배당금(주식)을 생성하지도 않으며, 생산적으로 사용(상품)하거나 사회적 혜택을 제공(귀금속)할 수 없다”면서 “가상화폐 투자는 내기나 도박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또 “비트코인의 시장 평가는 순전히 추측에 근거하며 투기 거품은 새로운 자금 유입에 의존한다”면서 “거품이 터질 경우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CB는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각종 규제를 도입하는 데 대해 “‘규제’라는 말을 쓰면 자칫 (가상화폐를 공식적으로) 승인한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지불 수단으로서나 투자 형태로서 부적절해 규제 차원에서 다뤄져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트코인 안정화는 새로운 차원으로 가기 전 마지막 숨결”이라며 “FTX 파산과 비트코인 가격 1만6000달러(약 2100만원) 기록 등에서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가치는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약 9000만원)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 6월 1만7000달러(약 2200만원)까지 떨어진 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CB는 “자산 관리자나 전자결제 서비스 제공자(PSP), 보험사, 은행 등이 가상화폐로 거래에 개입하면 소액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투자가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며 “기존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산업 개입 자체가 부적절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비트코인 투자를 부추겨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그에 따르는 장기적 손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ECB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각국 은행을 관장하며 유럽연합(EU) 금융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경고는 엄중히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