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투자자들로부터 집단 고소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비트코인 가격 폭락 당시 시스템 정지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집단 대응에 나선 것.
하지만 전통 플랫폼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본사가 뚜렷하지 않아 보상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점쳐진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 700여 명은 바이낸스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프랑스의 한 변호사와 협력해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그룹채팅 앱 ‘디스코드’를 통해 뭉쳐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다른 투자자 그룹이 바이낸스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유럽에 위치한 바이낸스 사무실 11곳에 공식 서한을 보내고 헬프데스크에도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바이낸스 앱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던 지난 5월 19일 한 시간 가량 먹통이 됐다.
바이낸스는 최대 125대 1의 레버리지 선물 투자를 허용하고 있어서 0.8달러를 내면 100달러의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시세가 증거금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강제 청산되는 고위험 투자 방식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큰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바이낸스의 사후 대응도 실망스러웠다.
앱 정지 사태 직후 바이낸스의 임원 에런 공은 트위터에 “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연락할 것”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올렸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또 바이낸스 측은 공식 사과문도 발표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앱 정지로 영향을 받은 투자자들과 소통해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연락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제로 이루어진 조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낸스는 투자금 손실에 대한 면책 동의를 조건으로 겨우 ‘VIP 플랫폼’ 3개월 무료 사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바이낸스가 특정 지역에 본사를 두지 않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거래소여서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낸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보상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은 홍콩 국제중재센터에 분쟁 해결을 요청해야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다.
WSJ은 “전세계의 바이낸스 투자자들이 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바이낸스의 본사가 특정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누군가 실질적 책임을 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