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서울에서 빚을 내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들은 손실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1일부터 개인회생이 승인된 채무자의 변제금 산정 시 주식·코인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개인회생제도란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년간 일정 금액의 변제금을 갚아나가면 남은 채무를 줄이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빚을 진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와준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채무자가 3년간 갚아야 할 변제금은 채무자의 현재 자산인 청산가치와 월 소득을 고려해 산정된다. 지금까지 법원은 청산가치 평가 기준인 재산에 투자 손실금까지 포함해 계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준칙에 따르면, 앞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재산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기를 맞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최근 자산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은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MZ세대(20·30세대)는 성장주나 중소규모 암호화폐에 이른바 ‘영끌’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원 측은 부동산 같은 자산은 값이 내려가면 내려간 대로 가치를 인정해주는데,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도박 빚처럼 사행성 투자로 인식해온 측면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통해 잃은 돈을 무조건 갚아야 했는데, 파산 위기에 몰린 채무자에게 기회를 주는 회생제도 취지에 비춰 지나친 불이익이라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0·30세대 세대의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 신청이 늘었다”라며 “새 실무준칙에 따라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많은 20·30세대 채무자들의 경제활동 복귀의 시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재작년부터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채무자를 위해 특별면책 제도가 확대 시행되고 있으나, 지난해 상반기 면책 결정을 받은 건 단 48건 뿐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빚을 해서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를 하고, 이를 모두 잃더라도 ‘개인회생 신청하고 안 갚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