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이 가상화폐를 이용한 개인 간 거래에서 생긴 피해를 구제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놨다.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이므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21일 상하이 펑셴구 인민법원은 위챗 계정을 통해 황모씨가 계약서 내용대로 승용차를 인도하라면서 자동차 판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판례를 소개했다.
황씨는 지난 2019년 5월 자동차 판매사 측과 40만 위안(약 7700만원)에 아우디A6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황씨가 ‘유리미’라는 가상화폐 1281개를 지급하면 회사 측은 3개월 안에 차량을 인도하고, 인도가 늦을 경우 매일 차량대금의 0.3%씩 위약금을 문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적히면서 발생했다.
황씨가 계약대로 가상화폐를 모두 지급했는데도 판매 회사 측이 차량 인도 의무를 지키지 않았던 것.
이에 황씨는 차량 회사를 상대로 차량 인도와 지연일만큼의 위약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펑셴구 인민법원은 이 사건에서 해당 계약이 실제 존재했고, 황씨가 가상화폐를 지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그러나 가상화폐를 이용한 거래 자체가 불법이므로 이번 계약은 원천 무효여서 피고 측이 계약 내용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비트코인 등 이른바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와 동등한 지위를 갖지 못한다”며 “시장에서 화폐로 사용될 수도,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고 판시했다.
최종심인 2심을 맡은 상하이제1중급인민법원도 1심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가 자국의 경제 주권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후 중국은 자국 내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을 모두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중국 내부에서는 가상화폐 사용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사법 당국은 이번 판결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개인 간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 생긴 피해를 구제하는 데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