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는 현금과 달리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CBDC 관련 주요 이슈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이 연구위원은 “CBDC의 익명성 보장 여부가 이슈”라면서 “그러나 CBDC는 현금과 달리 완전 익명성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CBDC 거래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일반 은행들은 사용자 신원 정보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CBDC는 거래가 이뤄지는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자발적으로 공개한 정보 외에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나 이전 등록 업무 등을 처리하는 단계에서는 중앙은행과 은행에 차별화한 정보 접근이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CBDC 도입이 사이버 공격이나 사이버 뱅크런(디지털 런)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대규모 예금을 CBDC로 교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디지털 런의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CBDC 도입으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 은행들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고위험 대출을 늘리는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운용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23일부터 CBDC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다.
모의실험은 내년 6월 완료될 예정으로, 그라운드X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와 삼성전자, 삼성SDS 자회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가상환경을 통해 CBDC의 확장성과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술, 국가 간 송금, 디지털 자산 거래 등을 실험하게 된다.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2∼3년 후 시범서비스가 시행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 커니코리아의 진창호 상무는 CBDC가 중앙은행 통화 정책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 금융 혁신 또한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진 상무는 “한국은행이 진행하는 CBDC 컨설팅 내용에서 주의 깊게 볼 영역은 CBDC 기반 혁신 금융 서비스다”라면서 “향후 CDBC의 발전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과 정책의 엇박자가 좁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