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를 이용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잇따라 외국인 등의 해외송금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은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간 가격 차이가 700만원 가량인 12%가 더 붙어 있다.
국내와 해외 거래소간 비트코인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서 해외 거래소에서 싼값에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거나 해외 거래소에서 산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액을 남긴 후 다시 해외로 가져가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환치기를 우려해 외국 송금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1일부터 외국인 또는 비거주자가 비대면 창구로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송금액 한도를 ‘월간 1만 달러’로 제한했다.
기존 비대면 해외송금의 경우 건당 1만 달러,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하던 것에서 월 송금액 한도를 추가한 것이다. 다만 대면 해외송금은 송금액 한도가 기존 건당 5만 달러, 연간 5만 달러로 유지된다.
송금 금액이 한도를 넘으면 정당한 소득 또는 보수를 송금한다는 것을 증빙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달 외국인과 비거주자의 비대면 해외 송금을 월 1만 달러로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5대 시중은행들은 일선 지점 창구에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 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 형성된 김치 프리미엄으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외국인의 의심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해외 송금이 가상자산을 활용한 환치기인지 거를 수 없다 보니 한도를 둬 의심스러운 거래를 방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보다 명확한 환치기 차단정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긴 했으나, 금융당국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 어정쩡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