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 기념일인 이날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등에서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나이브 부켈레 정부에 항의했다.
시위를 촉발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이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7일부터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엘살바도르 여론조사에선 산살바도르 시민 대다수가 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엘살바도르 정부가 도입한 디지털 지갑 ‘치보’ 어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만을 더 키웠다.
비트코인 반대파들은 이날 ‘비트코인은 안 돼’(NO To Bitcoin)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행진했다.
몇몇 시위자들은 치보 현금자동인출기를 파손하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정부가 비트코인 법정통화를 위해 엘살바도르 곳곳에 설치한 200대 중 하나다.
부켈레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도 시위의 원인이 됐다.
2019년 당선된 부켈레 대통령은 국가 전반에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각에선 그를 ‘독재자’ 또는 ‘포퓰리즘’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난 5월 여당의 총선 승리로 의회까지 장악한 부켈레 대통령은 야권 성향의 대법관을 무더기로 해임했다. 이어 대통령 연임 금지법을 개정해 오는 2024년 대선 출마를 가능케 했다.
AP는 “부켈레 대통령의 정당은 올해 의회 과반을 확보했고, 대통령은 자신의 여러 조치에 대해 주저하던 5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교체했다”며 “이번 행진은 부켈레 정부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시위”라고 전했다.
시위대와 함께 거리로 나온 시드니 블랑코 전 엘살바도르 대법원장은 “민주주의를 수호할 때가 왔다”며 “이번 행진은 정부가 헌법을 너무 많이 위반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켈레 대통령은 여전히 5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디지털 지갑 치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연일 비트코인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