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업체에서 대체복무를 하며 회사 소유 수십억원 상당 가상화폐를 몰래 빼돌린 20대 산업기능요원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대전고법 1형사부(부장판사 박진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배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기능요원 A씨(24)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이 선고한 징역 4년보다 1년 감형된 형량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무엇보다 가상자산 보안이 중요한 피해 회사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A씨가 편취한 가장자산 외에도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수사기관을 찾아가 범행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고 은닉한 범죄수익 보관처를 밝힌 점, 피해 회사와 합의했으며 회사 측이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전했다.
A씨는 2022년 7월 8일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블록체인 기술업체에서 가상자산 대출 시스템을 통해 허위 입금주소를 입력해 가상자산을 탈취한 혐의를 받는다.
대체복무 중 A씨는 가상화폐를 예금 및 대출하는 ‘랜딩 서비스’ 관리를 맡게 됐는데 이때 시스템 접근 권한 등 영업비밀을 이용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런 방식을 통해 29억원 상당의 이더리움 1852개를 송금받아 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씨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렌딩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이더리움과 달리 가상자산의 예금·대출 등 ‘렌딩’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그는 업무상 부여받은 시스템 접근 권한과 서버 키 등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우회해 가상자산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가상자산의 출처를 숨겨주는 믹싱 사이트로 전송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처벌법 위반)도 받고 있다.
범행 후 A씨는 편취한 이더리움의 당시 시가 상당액을 포함해 모두 34억원을 형사 공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 개발자로서 전문 지식을 이용해 범행에 이르렀으므로 죄질이 나쁘고 피해 회사는 예금액의 4분의 1 상당의 피해를 입어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