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이 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정부가 금지하는 가상자산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9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7명의 무역 및 은행 소식통의 발언을 종합해 “중국 주요은행이 러시아와 송금 및 거래를 제한하고 나서자, 양측 일부 기업가 가상자산을 포함한 비밀스러운 거래로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중국의 소규모 수출 업체들이 송금과 거래대금 결제 등에서 점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중국 대형은행을 통해 러시아 대금을 결제하려면 몇 달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비공식 결제 채널을 사용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주요 은행이 러시아 거래를 중단함에 따라 러시아 수출을 이어온 일부 중국 기업은 러시아 국경에 자리한 소형 은행 또는 자금 중개인 등으로 송금 채널을 전환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금지된 암호 화폐를 통해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주요 은행 대다수는 지난달 초부터 러시아 관련 대금 결제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 압박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출 기업 가운데 한 곳은 로이터통신에 “공식 채널을 사용하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라며 “중국 대형 은행은 이제 러시아에서 대금을 결제하거나 송금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중국 기업들이 접경지의 브로커·소규모 은행과 같은 ‘지하경제’ 채널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그 후보군에는 가상자산까지 포함돼 있다”고 거론했다.
한 러시아 은행가는 “중국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통한 대금 결제가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며 “크든 작든 중국 은행에서는 더 이상 KYC(고객확인제도)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중국의 한 무역기관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거래는 점점 더 지하 채널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면서도 “이 방법 역시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번 보도와 관련한 공식입장에서 “중국 기업인이 은행을 통해 러시아에 대금을 지급하거나 정산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