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와 공모해 불법 외환거래로 수조원대 ‘김치 프리미엄(가상자산이 국내거래소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팔리는 현상)’ 거래 도운 선물사 팀장이 징역형을 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13일 불법 외환거래를 도운 뒤 대가로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 등)로 기소된 NH선물 팀장 A씨(42)에게 징역 4년3개월형과 벌금 9400만원을 선고했다.
또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39)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400만원이 선고됐다. 나머지 직원 3명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A씨와 B씨는 외국인 투자자와 공모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은행을 속여 420차례에 걸쳐 총 5조7845억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파생상품 소요 자금인 것처럼 꾸민 허위 내용의 자금 확인서를 첨부한 뒤 송금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 C씨가 신고 없이 모두 411차례에 걸쳐 1조275억원 규모의 외환 거래를 용이하게 하게끔 한 혐의도 받고 있다.
C씨는 해외에서 매수한 가상 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며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수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7조원대 자금을 가상 자산에 투자해 25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챙겼다.
C씨는 외국환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런 수익금을 외국환으로 환전해 자신의 회사로 송금하는 게 막혀 있었으나, A씨 등이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줬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명품 시계와 가방·현금 등 각각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모두 1억원이 넘는 금품과 접대를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관계기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해야 할 금융기관 직원들로서 사치품과 향응 등을 제공받고 미신고 자금거래를 용이하게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사 직원들은 시장경제 질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직무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