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보유한 4조원 이상의 가상화폐가 시장에 풀린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코인데스크US 등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 지방 파산법원은 지난 13일 FTX 측이 신청한 가상자산 매각 신청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FTX는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매각·투자할 수 있게 됐다.
앞서 FTX 측은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서 총 34억 달러(약 4조5200억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FTX는 법원에 솔라나(SOL) 12억 달러, 비트코인(BTC) 5억6000만달러, 이더리움(ETH) 1억9200만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또 테더 1억2000만달러(1595억원), 리플 1억1900만달러(1582억원), 비트다오 4900만달러(65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보유 자산은 잘 알려지지 않은 비유동성 코인으로 구성돼 있다.
FTX 측 앤드루 디트데리히 변호사는 “우리는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채권자들의)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시장 기회에 따라 매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FTX가 보유한 수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매도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은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FTX 가상자산 매각 가능성 소식이 퍼진 지난 11일 2만5000달러까지 하락한 바 있다.
FTX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유 가상화폐를 한 번에 시장에 내놓지는 않고, 매주 1억 달러에서 최대 2억 달러 규모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에 실 매도 압력이 크지 않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팔콘X 연구책임자인 데이비드 로란트는 “FTX가 보유한 가상자산 중 일부는 벤처 투자 목적의 ‘락업’된 자산이라 매각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FTX가 지속적으로 보유 가상자산을 매도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시장이 반등하기는 했지만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장기적으로 공포 심리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대부분 거래소에서 유동성이 매우 적어져 있는 상황이기에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