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또 다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에 대한 결정을 연기했다.
8월 31일(이하 현지시간) 더블록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블랙록, 위즈덤트리, 인베스코갤럭시, 피델리티, 비트와이즈, 발키리디지털애셋 등이 신청한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 승인 결정을 모두 연기했다.
이에 비트와이즈는 다음 달 16일, 블랙록과 피델리티, 반에크, 위즈덤트리, 인베스코는 같은 달 17일, 발키리는 19일로 심사 기한이 늘어났다.
상품 신청에 대한 SEC의 최종 답변 시한 기한은 최초 신청일로부터 240일까지다. 이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제출한 신청서에 대해 SEC는 내년 3월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SEC는 이번 연기 이유에 대해 “제안된 규칙 변경과 그 안에서 제기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기 위해 기간을 더 길게 지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EC의 이러한 결정은 미국 법원의 판단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앞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29일 SEC에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SEC가 이미 비트코인 선물 ETF의 상장을 승인했는데, 현물 ETF만 상장을 반려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원회는 유사 상품과 다른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라며 “그레이스케일의 신청을 반려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이라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장의 ‘대형 호재’로 지목되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것이란 기대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ETF 전문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는 해당 판결이 나온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확률을 65%에서 75%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EC의 거듭된 승인 보류 조치를 두고 ‘시간 벌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을 새로운 ‘거부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