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암호화폐(가상자산) 헤지펀드 중 모두 97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현지시각) 스위스 투자자문사 21e6(21e6 Capital AG)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700여개의 암호화폐 펀드 중 총 97개의 펀드가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막시밀리안 브루크너 21e6 마케팅·영업 책임자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97개 펀드, 즉 13%가 문을 닫았다”고 짚었다.
21e6의 데이터에 따르면 암호화폐 헤지펀드들은 연초 이후 비트코인 랠리를 놓치며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으로 헤지펀드들이 고충을 겪은 것이 원인이 되면서 불안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테라-루나에 상당량의 자금을 투자한 암호화폐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탈(3AC)은 자금난으로 인해 지난해 7월 파산을 신청했다. 3AC의 채무 불이행으로 보이저 디지털, 셀시우스 등 암호화폐 대출업체도 잇따라 무너졌다.
그러자 펀드들이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현금을 보유량을 늘렸다. 이에 올해 상반기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83.3%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암호화폐 헤지펀드의 수익은 평균 15.2%에서 그쳤다.
또 가상자산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이른바 ‘크립토뱅크’의 부진도 헤지펀드의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크립토뱅크의 대표주자인 실버게이트 은행이 청산 절차에 돌입한 것을 시작으로 시그니처뱅크를 비롯한 크립토뱅크들이 잇따라 파산한 것.
브루크너 책임자는 “올해 초 크립토뱅크인 실버게이트 캐피탈과 시그니처뱅크가 폐쇄된 이후 많은 펀드가 새로운 은행 업무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미국이 여전히 암호화폐 펀드매니저에게 지배적인 위치”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업체들의 잇단 파산으로 여파로 미국 규제 당국은 대형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대형 헤지펀드의 암호화폐 보유량 보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제안서를 승인한 바 있다.
한편, 21e6는 성과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70개 회사의 123개 펀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700개 이상의 암호화폐 펀드 상태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