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별세한 넥슨 창업주 고(故) 김정주 회장의 가상화폐 계좌가 사후에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합의1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지난달 3일 징역 6년과 추징금 1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올해 5월 20일부터 6월 13일에 걸쳐 통신사 가입자 15명의 유심을 불법 복제했다.
또 지난 5월~6월에 유심 불법 복제 피해자 중 한명인 김 전 이사의 유심으로 김 전 회장의 코빗(가상화폐 거래소) 계정에 접속해 27회에 걸쳐 가상화폐 85억1220만원어치를 탈취했다.
그가 해킹한 가상화폐는 이더리움, 비트코인, 아발란체, 바이낸스 등으로 다양했다. 탈취한 가상자산은 타인의 지갑으로 전송했다.
코빗 측은 사망한 김 전 회장의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한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지난 6월 해당 사안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범인을 검거해 지난 9월 재판에 넘겼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진행된 A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 일당은 해킹 조직의 총책에게 받은 김 전 회장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유심을 불법 복제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는 있으나, A씨가 공범들과 함께 10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유심을 복제하고 85억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편취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김 전 회장 외에도 10여명의 유심을 복제했지만, 이들의 계좌에 침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총책에게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유심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넥슨 김정주 회장 정보라는 걸 알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당국은 아직 총책이 검거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의 피해액은 아직 환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가상자산을 전송받은 사람이 범죄에 대해 알고도 받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