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기존 금융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2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최근 주요국의 암호자산 관련 규제 도입 현황 및 시사점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먼저 한은은 최근 FTX 파산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FTX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작고 국내 거래소의 자기자산 분리 보관 규정 등으로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국내 거래소는 FTX와 달리 자체 발행 코인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자체 규정에 따라 고객 예치 암호자산을 자기자산과 분리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FTX 사태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악재들로 암호자산 시장도 기존 금융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취약성을 가진단 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요국과 함께 관련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 유럽(EU) 등 주요국에서는 암호자산 규제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U 의회·이사회는 지난 10월 세계 최초의 암호자산 관련 단독 법안인 MiCA(Markets in Crypto Assets)를 승인했다. 이 법안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스테이블코인과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업자를 중점적으로 규제한다.
미국은 암호자산별 준용할 수 있는 기존 법령을 적용해 규제하고 있다. 증권성을 가지는 암호자산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에서 증권법의 적용을 받으며, 그 외 암호자산은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한다.
우리나라도 암호자산 관련 규제를 만드는데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정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부터 암호자산 사업자의 금융정보분석원 앞 신고 및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발생했다.
또 암호자산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령 제정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국회에 암호자산업 진입규제 및 암호자산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맞춘 암호자산 관련 법 제정·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한은은 “가상자산 규제 마련에 있어 기존 금융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시장 규율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다만 모두를 포괄하는 일관성 있는 규제체계를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선제적 규제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