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금전에 해당하지 않아 이자율 상한을 정한 대부업법·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가상화폐는 금전이랑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정재희 부장판사)는 가상자산 핀테크 업체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가상자산 청구 소송을 지난달 30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A사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B사에 비트코인 30개를 대여하고 매월 1.5%의 이자를 비트코인으로 지급받는 ‘가상자산 대여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이 연장될 때마다 이율은 월 2.5%, 월 10%로 순차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변제 기한이 지났음에도 B사는 빌려 간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았고, 이에 A사는 소송을 냈다.
B사는 A사가 이자제한법·대부업을 위반했다며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이자는 원본(비트코인)을 변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A사와 B사의 최초 계약 당시 이들이 합의한 이자는 월 5% 수준으로 설정한 점을 근거로 한 주장이다.
이렇게 설정된 이자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60%에 달한다. 당시 법정 최고이율인 연 24%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또 현행 이자제한법은 연 최고 금리를 25%로, 대부업법은 20%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이자제한법·대부업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자제한법·대부업법은 금전대차 및 금전의 대부에 관한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 계약의 대상은 금전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B사는 A사에 비트코인 30개 및 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비트코인을 인도하라”면서 “B사가 비트코인을 지급할 수 없으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돈을 A사에 지급하라”라고 명령했다.
통상 민사 소송에서 다툼의 대상이 외환이나 유가증권이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비트코인도 단순 ‘물건’이 아닌 유가증권과 유사한 성질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