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 마디로 전세계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키워주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 시각) ‘머스크가 암호화폐의 미래를 위한 여행을 이끌기 위한 자리를 잘 잡았다(Musk well-positioned to steer cryptocurrency’s future direction of travel)’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머스크의 태도 변화가 비트코인 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이 암호화폐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13일 돌연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받고 테슬라 차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이 이유였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려면 막대한 컴퓨터 자원을 활용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광산에서 금 같은 귀금속을 캐는 행위에 빗대 ‘채굴’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은 웬만한 국가의 소비량과 맞먹는다는 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매년 110TWh(테라와트시)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0.55%로, 스웨덴이나 말레이시아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
FT는 “머스크의 비트코인 지지 철회는 비트코인엔 악재지만 전체 암호화폐시장에는 호재”라면서 “장기적으로 비트코인보다 전기를 덜 먹는 다른 암호화폐가 시장을 주도하는 암호화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의 채굴의 70% 정도가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채굴업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40% 정도가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움그룹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7%에 달했다. 1990년의 3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머스크 발언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 문제가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받기 전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가상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