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루나·테라USD(UST)의 개발자인 권도형(30)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과태료나 민사 소송이 걸릴 확률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매체 CNBC는 미국의 전직 연방 검사와 규제기관 관리 등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이같이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권 CEO가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준 과시적 행태를 겸비한 제2의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의 개발자)를 자처하며 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권 CEO가 개발한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미 2015년부터 기축통화 대신 복잡한 코드를 이용해 화폐 가치를 안정화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유행했다.
하지만 권 CEO는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을 깜빡 속였다. NBC는 “권도형은 테라폼랩스를 통해 2억700만달러(약 2570억원)의 돈을 끌어모았고, 거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한 그의 온라인상 허세는 대중을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판단력이 나쁜 부주의한 CEO라는 것이 범죄는 아니다”라며 “이번 사안의 경우 권 CEO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권 CEO와 그의 동료들이 의도적으로 투자자를 속였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권 CEO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징역형은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검찰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일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는 수많은 문서를 검토하고 아주 많은 사람과 그들 모두의 변호사를 상대해야 하는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을 찾기를 바라지만 사기 음모의 전모를 보여주는 한 통의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런 사기 사건을 기소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차근차근 사다리 올라가기'”라고 말했다.
다만 권 CEO에 대한 민사 소송에서는 입증 책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졌다.
이미 국내에서도 테라USD와 루나의 폭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며 사기 등의 혐의로 권 CEO나 테라폼랩스 임원 등을 고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같은 규제 당국이 과태료나 다른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
규제 당국이 제재에 들어갈 경우, 손실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점에 비춰볼 때 어마어마한 액수가 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CNBC는 “권 CEO는 이미 몇 차례 소환장을 회피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SEC와 껄끄러운 역사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