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소 ‘퓨어빗(Pure-bit)’ 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피해액 총 40억여 원 상당의 암호화폐 가운데 30억여 원어치를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들의 자금 경로를 추적해 은닉 암호화폐를 찾아낸 것. 암호화폐를 돌려 받은 피해자는 250여명으로, 이처럼 암호화폐 투자 사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대규모 암호화폐 회수에 성공한 것으로는 최초의 사례라 더욱 의미가 깊다.
2018년 11월 발생한 퓨어빗 사건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퓨어코인’에 거래소 상장에 앞서 투자를 하면 수익 배당과 함께 거래 수수료 면제 등을 해주겠다면서, 이더리움으로 투자금 40억 원가량을 유치했다.
그러나 일주일 간 진행된 1차 이벤트 종료 일에 퓨어빗은 거래소 상장 약속을 파기하고 홈페이지와 공식 SNS 계정을 폐쇄한 뒤 잠적해 버렸다.
심지어 투자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의 운영자는 투자자들을 비웃는 글까지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경찰이 피해자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을 땐 이미 피해액이 현금화 돼 빠져나갔거나, 추적이 어려운 기타 암호화폐로 분산 돼 추적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그럼에도 끈질긴 추적끝에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달 퓨어빗 사기 사건 피해자 250여 명에게 암호화폐 30억여 원 상당을 피해액 비율에 맞춰 돌려줬다.
경찰은 거래 내역을 꾸준히 확인한 끝에 퓨어빗이 보유한 이더리움이 국내외 거래소로 흘러든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해당 거래소 관리 지갑에 남아 있는 이더리움에 대한 지급 정지 신청에 나선 끝에, 국내 거래소의 협조를 얻어 해외 거래소에 있는 퓨어빗 보유 자산까지 모두 위탁 보관하도록 조치한 뒤 압수를 할 수 있었다.
압수는 작년 4월 이뤄져 경찰이 관리하는 전자지갑으로 옮겨졌으며, 피해자들에게 환부된 시점은 올해 3월이다.
이는 피해자들의 피해액 산정, 환부 비율 등까지 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암호화폐 거래 특성 상 실제 피해 내역 확인 부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내역이 확인된 피해자 250여명에게 투자한 비율대로 암호화폐가 환부됐다.
다만, 경찰 측은 회수 액이 피해 원금보다 10억 여 원 가량 모자란 이유에 대해 암호화폐 가치 하락 및 피의자의 유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제 경찰의 남은 과제는 피의자 검거다.
경찰 측 관계자는 용의자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해외 인터넷 접속 기록을 토대로 “현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보전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암호화폐 압수 작업부터 진행했으며, 향후 피의자의 신상, 인원 등을 특정해 추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