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흥재벌들이 전세계적인 경제 제재 속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를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가 잇따르자 러시아인들은 제재 회피 수단으로 가상화폐에 몰려들고 있다.
실제로 서방국가가 러시아 금융기관과 통화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한 이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가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거래가 급격히 늘었다. 원래도 러시아는 비트코인 채굴 규모로 전 세계 3위에 드는 국가다.
특히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들이 가상화폐를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에 본사가 있는 암호화폐 분석 회사 엘립틱은 서방이 제재한 러시아 인사들과 관련된 전자지갑을 발견했다. 이 지갑에는 수백만 파운드의 자산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러시아 관련 범죄 활동과 연계된 암호화폐 주소도 1500만개 이상 발견됐다.
이처럼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통해 금융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거래소에 대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가 완벽한 제재 우회 수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엘립틱의 공동창업자 톰 로빈슨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제재 우회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는 그 규모에 달렸다”면서 “올리가르히가 모든 재산을 암호화폐로 돌려놓아 제재를 완전히 우회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호화폐도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도 완벽한 묘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러시아 엘리트들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7개국(G7)도 제재 대상인 러시아 개인과 기업이 암호자산을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