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미리 등록된 지갑으로만 가상자산 송금을 가능하도록 한 ‘화이트 리스팅’ 체계를 도입 중이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은 가상화폐 미리 등록한 지갑에 대해서만 가상자산 출금을 허용하는 ‘화이트 리스팅’ 체계를 시행했다.
먼저 빗썸은 지난달 말부터 고객확인인증(KYC)을 마친 사용자 중 가상자산 출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출금 주소 사전 등록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회원 간 내부 전송을 하는 경우에도 주소 등록을 해야 하고, 외부 거래소로 전송할 때에는 빗썸이 제공하는 거래소(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만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코인원은 가장 먼저 화이트 리스팅 제도를 도입한 거래소다. 코인원은 회원 가입을 할 때 입력한 이메일 주소와 같은 이메일의 전자지갑에 대해 출금이 가능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본인의 이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중 하나 이상이 동일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외부 지갑을 등록하도록 하고 본인 명의의 외부 지갑으로만 출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엄격한 체계의 바탕에는 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과 관련한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은행도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는 코빗 역시 추후 이런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업비트는 현재까지 화이트 리스팅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화이트 리스팅을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이트 리스팅 제도가 화폐로서의 가상자산 기능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한국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거래소 내 가상화폐가 외부 지갑으로 출금이 어려워지면 향후 가상자산과 관련한 분산 금융 등을 이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상자산을 거래소 안에서 사고팔기만 하는 투기 자산으로 남기는 조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