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회의론자로 잘 알려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비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에서 ‘가상화폐는 어떻게 새로운 서브프라임이 됐나’란 기고문을 발표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상황을 두고 “2000년대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가상화폐 사이의) 불편한 유사성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미국에서 저신용자 상대로 판매하는 비(非)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주택시장 초호황 속에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상품을 판매하면서 발단이 됐다.
시간이 지나 주택시장의 거품이 붕괴되자 무더기 대출이 부실화 됐고,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줄파산한 것.
이 사태는 미국만이 아닌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부르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로까지 연결됐다.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는 서브프라임과 달리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지 않는다” “규모도 그 정도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5년 전 서브프라임 붕괴 사태의 불안한 메아리가 들려오고 있다”며 “가상화폐의 위험성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취약점에 잘 대처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불평등하게 부과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상화폐는 폭락했으나 과거에도 그랬듯 어쩌면 가격을 회복하고 새로운 고점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금 손실을 본 사람이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는 “가상화폐 투자자는 주식 같은 다른 위험자산의 투자자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비슷하게 칭송됐던 시절을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이 단순한 버블이 아닐 수 있고,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회의론자와 반대 방향으로 베팅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