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까지 미스테리로만 남아 있던 비트코인 창시자의 정체가 13년 만에 밝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31일 자신을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밝힌 익명의 누군가가 9장짜리 ‘전자현금’ 시스템에 관한 백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몇 개월 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고,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100만개를 소유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통해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이 재판은 원래 2013년 4월 사망한 데이비드 클라이먼의 유족이, 동업자인 크레이그 라이트를 상대로 약 100만개의 비트코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현 시세로 계산하면 약 640억 달러(약 75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 측의 주장에 따르면, 클라이먼과 라이트가 둘 다 사토시이며, 따라서 사토시 소유의 비트코인 100만개 가운데 절반은 (클라이먼) 유족의 몫이란 것이다.
원고 측은 두 사람이 초창기부터 비트코인 개발을 함께 하면서 협력한 증거를 제출할 계획이다.
반면 라이트 측은 자신이 비트코인의 단독 창시자이고 클라이먼의 역할은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한다.
호주 출신 프로그래머로,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라이트는 지난 2016년부터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유족들은 2008년 초 라이트가 클라이먼에게 비트코인 백서 작성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협업해서 함께 백서를 쓰고 비트코인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클라이먼 유족 측의 변호사 티보 나기는 “이 소송은 파트너로 함께 작업했던 두 사람에 관한 것”이라며, “다른 한 명이 죽고 나서, 나머지 한 명이 어떻게 업적을 독식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소송”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피고 측 변호사 안드레스 리베로는 “법정에서 두 사람이 함께 협력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그 어떤 기록이나 자료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는 2016년 5월 자신이 비트코인의 창시자라는 주장을 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사흘 만에 사과문을 올리며 주장을 번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말을 바꿔서 자신이 사토시가 맞다는 주장을 했다.
지금까지 라이트에 대해 그가 해커이자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클라이먼의 경우에는 그가 가진 컴퓨터 전문 지식을 고려할 때 정말로 비트코인을 창시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한편,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인지는 100만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계좌의 개인 암호를 알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지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누구든 자신이 나카모토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이 계좌에서 조금이라도 비트코인 일부를 빼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굳이 애써가며 자신이 나카모토라고 주장할 필요 없이 바로 입증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