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 암호화폐 거래소들 중 ‘업비트’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코빗이 20일 고객확인제도(KYC)를 시행했지만 몰려드는 고객들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가 다운되면서, 그 결과 지금까지도 사이트를 비롯해 어플까지 먹통인 상태다.
최근 미국 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 시세도 덩달아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손발이 묶이게 된 코빗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9월 24일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강 체제가 완성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 거래소이자 NXC의 품에 안긴 코빗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무엇보다 세 번째 대표이자 금융통으로 알려진 오세진 대표가 등판한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특금법 정국을 탄 코빗의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창업자이기도 한 오세진 대표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깔렸다. 정상화를 기치로 걸고 코인 암흑기 당시 축소된 인원을 다시 늘리는 한편, 공격적인 상장정책을 통해 거래 코인의 숫자를 늘리는 등, 오 대표는 금융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코빗 자체의 질적 및 양적 팽창을 모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연장선에서 코빗이 20일 오전 11시부터 KYC를 시행하자 시장은 또 한 번 들썩였다. 사업자 수리가 끝난 업비트만 유일하게 KYC를 진행한 상태였다. 아직 2위 빗썸, 3위 코인원이 사업자 수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코빗이 업비트 다음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자 시장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사업자 신고 수리 이후 지금까지 고객확인제도에 필요한 시스템을 차질 없이 준비했다”면서, “코빗은 공식 사업자로서 모든 회원들이 원활한 고객 확인 절차를 거쳐 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시장 축제의 날 덮친 침묵?!>
코빗은 연이은 상승으로 축제의 날을 맞은 가상화폐 시장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20일 오전 홈페이지 및 앱 업데이트에 돌입한 후, KYC를 시작하는 오전 11시부터 정상 서비스를 준비했으나, 갑자기 몰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모든 서비스가 사실상 먹통이 된 것이다.
실제로 20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코빗의 서비스는 ‘셧다운’ 수준이었다. 홈페이지는 버벅거리며 작동이 되지 않아 기본적인 로그인 조차도 어려웠다. 앱의 경우에도 안드로이드는 최신 버전이 아닌 이상 수동으로 설치해야 했지만, 그 조차도 서버 오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업자 수리를 바탕으로 야심차게 KYC를 시작했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고객들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재개를 원만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코빗 관계자는 “고객들이 많이 몰려들어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후 코빗은 논란이 커지자 20일 오후 2시 30분부터 긴급점검에 들어가 모든 서비스를 폐쇄했다. 서비스가 언제 재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21일 오전 7시 기준, 아직도 코빗의 서비스는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오전10시부터 서비스 점검 완료 공지가 뜨긴 했지만 여전히 먹통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실망 그 자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훨씬 많은 고객을 가진 업비트의 경우 KYC 당시 접속률이 크게 올랐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코빗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비트의 경우 100만원 이하 고객에게 KYC 유예기간을 주는 등 트래픽 분산정책을 유연하게 보장했지만, 코빗은 일괄 처리를 고집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코빗은 전통적으로 파격적인 승부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 서비스 향상과 더불어 보안 및 시스템 안전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다소 우직해 보일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코빗의 길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