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임기 기간 내에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도입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내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6년 5월까지는 절대로 CBDC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 4년간 CBDC 도입 여부를 검토해왔으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지난 2022년에는 CBDC의 장단점을 상세히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여기에도 결론은 없었다.
다만 지난해 3월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이 CBDC를 권고하거나 채택할 단계에 전혀 있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준이 CBDC 도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월 의장의 공식적인 CBDC 배제 선언은 연준이 디지털 화폐보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의 이러한 발언을 들은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매우 중요한 발언이며, 이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라면서 “미국이 중국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금융 포용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CBDC 개발 가능성을 연구하도록 지시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디지털 달러가 금융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미 달러에 연동된 CBDC의 발행을 막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하원 의원 중 공화당 소속 톰 에머 의원이 발의한 ‘반(反)CBDC 법안’이 지난해 5월 통과돼,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케이토 연구소의 니콜라스 앤서니도 “CBDC는 금융 자유와 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파월 의장의 확고한 입장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호평했다.
CBDC 개발 중단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도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디지털 달러의 설립, 발행, 유통 및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행한 바 있다.
한편,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CBDC 개발 및 활용에 박차를 가하는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9월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협의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주요 20개국(G20) 구성국 전체가 CBDC를 검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44개국이 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