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약 5조원 규모의 돈세탁을 진행한 러시아 불법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자를 인도받았다.
AFP 통신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인 알렉산데르 비니크(43)를 그리스로부터 인도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니크는 미국이 40억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의 돈세탁 혐의 등으로 오랫동안 수배해 온 인물이다.
그는 불법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인 BTC-e를 운영하면서 40억달러 이상의 범죄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를 받는다.
또 랜섬웨어를 이용해 200여명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거나 마약을 밀매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미국은 비니크에게 20개 이상의 혐의를 적용해 수년 간 신병 확보를 위해 힘써왔다.
앞서 비니크는 지난 7월 그리스 북부 휴양지에서 체포됐다. 당시 미국은 비니크에 대한 인도 요구를 했다.
그러자 비니크의 고국인 러시아가 미국보다 훨씬 약한 범죄 혐의를 들어 비니크의 송환을 주장했다.
비니크도 러시아로 송환될 목적으로 미국 당국이 제기한 혐의는 부인한 반면 러시아 혐의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스에서는 한 나라가 아닌 여러 나라가 한 범죄 용의자를 두고 강제송환 요청을 할 경우 법무장관이 직접 판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리스의 결정에 따라 비니크는 사건 관할권을 주장하는 프랑스로 옮겨졌다. 프랑스 재판부는 비니크의 돈세탁 범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복역을 끝낸 비니크는 4일 그리스로 인도됐다. 그리스 당국은 그를 인도받은 직후인 지난 5일 다시 미국으로 송환했다.
비니크의 변호인단은 “비니크가 그리스에 망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워싱턴이 송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비니크의 미국 송환과 관련해 “그리스 당국의 결정에 분노한다”며 “러시아는 그의 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미국의 송환은 러시아가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32)를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해 미국과 죄수 교환을 논의 중인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