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 15억여원을 횡령해 가상화폐 투자 등에 사용한 은행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2부(김동규 허양윤 원익선 고법판사)는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은행 대출 자금 집행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83회에 걸쳐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피해 은행 자금 15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결권이 있는 2000만원 이하의 입출금은 본인 명의 계좌로 송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전산을 조작해 책임자 승인을 받은 뒤 파기하는 등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특히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의 대부분을 가상화폐 투자금이나 개인 카드대금이나 대출원리금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금융기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직무수행의 기회에 이 사건 범행을 한 점을 보면 죄질이 나쁘다”면서 “여전히 7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은행에 근무하면서 약 8개월 동안 은행 돈 15억여원을 횡령했고, 그 돈을 대부분 가상화폐 투자금이나 개인 카드 대금 등으로 사용한 점, 죄질이 나쁜 점, 횡령 금액 중 7억7000여만원에 상당하는 재산상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원심판결 선고 이후 피해 은행에 1억원을 공탁한 사정은 인정되나 앞서 본 불리한 정상을 고려할 때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편, 돈을 횡령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실형을 선고 받는 사례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철근 판매대금 등 회삿돈 30억원을 횡령해 가상화폐 투자금 등으로 탕진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강원 동해시 한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2021년 10월 철근 판매대금 약 3000만원을 가로챈 일을 시작으로 이듬해 9월까지 30억5400여만원을 빼돌려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탕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