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수천억원대의 가상자산을 받아낸 뒤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해 피해를 준 가상자산 예치서비스업체 하루인베스트 운영진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하루인베스트 공동대표 박모씨와 송모씨, 사업총괄대표 이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회사 자금 약 3억60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 횡령 혐의를 받은 강모씨에 대해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운영진들이 고객들로부터 가상자산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루인베스트의 입출금 중단의 근본적 원인은 2022년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한 것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과장된 홍보가 있었다고 해도 사기죄를 구성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없었다면 영업 손실이 심화해야 하는데 극복할 수 있는 수준에서 관리돼 오고 있었다”며 “피고인들의 출금 중단 조치를 전후해 자신들이 예치해 둔 가상자산을 출금한 사실이 없고 고객들 가상자산을 임의로 사용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편취 관련해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홍보의 기망성 관련해 피고인들이 변동 수익 상품의 특성을 고려, 나름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익률을 고지했고 홍보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합리적 의심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피고인들이 투자자들에게 부담하는 민사적 채무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판결은 민사 책임과 별개인 형사 책임 판결일 뿐”이라며 “피고인들은 신속하고도 충분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원금을 보장하고 업계 최고 수익을 지급할 것처럼 홍보해 1만6347명으로부터 1조3900억원의 코인을 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기간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해자 수가 수정되면서 피해액은 8805억원으로 줄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징역 15년에서 2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