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일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지난 7일(현지시간)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으로 약 50조 원의 피해를 끼친 권씨는 그동안 미국보다 형량이 낮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원해왔다. 경제사범이 원하는 국가가 된 현실이다.
몬테네그로 법원의 원심은 미국 정부 범죄인 인도 요청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봤으나, 항소심은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판단했다.
몬테네그로는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와 범죄의 중대성, 범행 장소, 범죄인의 국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도국을 판단한다. 권씨는 원심에 불복 항소해 이번 결정을 이끌어냈다.
다만 미 법무부는 “미국으로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권씨 측 변호인은 “미국은 재항소 권한이 없다”고 일축하며, 미국이 결정을 바꿀 기회나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결정이 확정되면 권씨는 곧 한국으로 송환되게 된다.
또한 같은 날 외신 보도에 따르면, 권 씨 측이 한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영문 결정문을 아직 받지 못해, 항소 기한이 연기됐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비예스티의 보도에 따르면,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마리야 라둘로비치 변호사는 전날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장에게 권씨가 영문으로 된 결정문을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요청했다.
권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영어로 된 결정문을 조속히 송달해 달라고 요청한 것. 법률 상 일반적인 항소 기간은 권씨 또는 그의 변호인이 번역된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사흘간이다.
몬테네그로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판결문의 전달이 지체되면서 항소 기한도 순연된 셈. 권씨 측이 영문 판결문을 재촉에 나선 것은 항소 기한이 지나야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라는 게 비예스티의 설명이다.
그동안 권씨 측은 한국보다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으로 인도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간 치열하게 법적 다툼을 이어왔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한편, 한국에선 경제사범(화이트칼라 범죄)이 최고 수십 년 정도의 징역을 선고받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매긴 형을 합산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권씨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체포된 후 국내에서도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는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은 1조 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확정된 징역 40년이다.
또 지난달엔 피해자가 191명(피해액 148억 원)에 달하고 4명이 목숨을 끊은 전세사기 사건의 사기범이 고작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형법상 사기죄는 최대 형량이 10년에 불과하고, 형량의 최대 2분의 1까지만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 판사조차 “악질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한탄할 정도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