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더가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고 유령회사를 이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테더 운용사인 테더홀딩스와 자매회사 비트파이넥스가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한 정황을 담은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테더의 배후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려고 유령 중개업체들을 내세우거나 문서를 위조한 정황이 포착됐다.
테더는 코인 1개당 가치가 미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테더의 전 세계 유통 규모는 710억달러(92조3710억원)에 이른다.
특히 테더는 기성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이 중요한데, 미국 은행 웰스파고는 2017년 3월 테더가 이용하던 다수의 대만 계좌의 거래 처리를 중단했다.
테더는 금융 시스템과의 접근이 차단되는 것을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판단, 은행 계좌를 유지하거나 새로 개설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후 테더와 자회사들은 은행이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거래 중단 조치는 철회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테더는 다른 회사와 해당 기업 임원의 명의를 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새 은행 계좌를 열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예시를 살펴보면 대만에서는 TV 셋톱박스 제조사인 ‘하이랩 테크놀로지’의 명의로 계좌를 여러 개 개설했다.
또 튀르키예에서는 ‘데니즈 로얄 디스 티카레트’라는 회사 명의로 계좌를 생성한 뒤 테더와 비트파이넥스가 사용했다.
WSJ에 따르면 테더홀딩스 공동소유주 중 한 명인 스티븐 무어는 한 이메일에서 중국의 한 중개업자가 “가짜 매출 송장과 입출금전표를 제공해 은행 (감독)시스템을 우회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인정했다.
게다가 데니즈 로얄 명의로 개설한 계좌는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돈세탁에 활용한 혐의도 포착됐다.
미국 행정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된 알카삼 여단이 가상화폐로 받은 기부금을 실제 화폐로 바꾸는 과정에서 데니즈 로얄 계좌와 8000만달러 이상 거래한 사실이 지난 2020년 미 법무부 보고서에 포함됐다.
테더는 현재 미국 연방법무부와 뉴욕 남부연방지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